인천공정무역협의회 한지영 전문위원
《 공정 : 내가 케이크를 나눈다면 》은 '공정'이라는 개념의 의미를 파악하고 공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가져야 할 기준과 태도들을 알려 주는 책이다.
공정 내가 케이크를 나눈다면
저자: 소이언
출판 : 우리학교
발매 : 2019.11.04.
나는 공정무역을 공부하고 공정무역에 대해 강의를 하는 활동가이지만 내 아이에게 공정무역을 알려주는게 제일 어렵다. 마음 속 한 켠 콕콕 찔리는 양심을 모른 척하고 지내던 어느 날 노곤한 주말에 아이와 함께 책을 들고 누웠다.
제목을 읽고 대뜸 질문부터 한다. ‘공정이 뭔지 알아? 공평이랑 공정이랑 무슨 차이일까?’ 아이는 한참 고민하더니 똑같이 나눠주는 거라고 공정과 공평은 똑같은 거 같은데? 라고 답한다. 우리는 공정과 공평에 대해 아이와 같이 답하고 차이를 깊게 고민할 기회가 없었다. 나 또한 공정무역을 공부하기 전까지 그 차이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이 책은 아이와 함께 읽어가며 공정과 공평에 대해 자연스럽고 쉽게 이해하기 좋은 책이다.
공정함이란 무엇일까? 이 책의 주인공 ‘호두’와 ‘롱롱’이와 함께 공정에 대해서 알아보자.
우리에게 '공정'이란 익숙하면서도 딱 설명이 안되는 단어다. 하지만 '공평'은 좀 안다. "불공평해!"이 말은 우리가 아주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사용한 말이다. 누구나 내 것과 남의 것을 비교하고, 차이가 있음 억울해 한다. 불공평함은 화가 나게 한다.
또 공정과 공평은 무엇이 다를까?
피자가 여덟 조각이고, 나누어 먹어야 하는 두 사람이 똑같은 상황일 때 각각 네 조각씩 나누어 갖는 것이 공평하다. 즉, 공평한 건 똑같이 대접 받는 것이다.
상대방과 내 상황이 같다면, 무언가를 똑같이 나누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현실에선 모든 상황이 늘 똑같지 않다. 승용차와 구급차에게 똑같은 교통 규칙을 강요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경우 말이다.
모든 차는 도로에서 신호를 지켜야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것이 공정하다. 즉, 공정함은 똑같음에 옳음을 더해 생각하는 것이다.
공정함은 언제 필요할까?
공정함이 필요한 때는? 첫째, 잘못한 사람이 벌을 받지 않을 때, 둘째, 각자가 받아야 할 몫을 받지 못했을 때, 이처럼 누군가가 여럿의 것을 독차지했을 때와 같이 '옳지 않다'라고 여겨지는 순간, 바로 '정의'가 필요한 순간에 ‘공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몫을 나누어야 할까?
그리고 개인의 노력 정도에 따라 몫을 나누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같은 성씨, 같은 학교, 같은 고향, 같은 나라, 신분, 외모, 건강과 같은 기준에 따라 몫이 나누어진다면 우리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회적 자원을 나누는 데 쓰이는 조건은 업적, 능력, 필요 이렇게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경쟁하는 이유는 사회적 자원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자원은 조금밖에 없는 '자원의 희소성'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원을 갖기 위해 경쟁하며 이기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사람들 모두가 경쟁할 수 있는 가운데 경쟁을 포기하거나 지면 그것은 개인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왜 "누구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은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일까? 그건 사람마다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공정무역은 책의 내용과 같이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출발선의 차이를 인정하고, 불평등에서 오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작되었다.
우리에게는 공정함을 판단하는 두 가지 기준이 있다.
하나는 노력한 만큼 보상 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잘못이 아닌데 차별 받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이다.
차별 받는 사람을 배려하는 '기회의 평등'이 이루어져야 공정한 사회를 이야기 할 수 있다.
이 책의 말미에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여러 가지 제도를 통해 '개천에서 용 '이 나오기보다 '개천을 살 만하게' 만들면 되는 거죠.’
아이들과 공정에 대해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가져야 할지 고민해볼 수 있고, 공정무역의 시작과 가치가 맞닿아있는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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