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도시 인천 블로그 시민기자단 최정희
서평 『바나나가 정말 없어진다고?』
= 김은의 글/클레몽 그림 / 풀과 바람. 2022.6.27.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시장 갔다 돌아오시는 길에 5송이가 달린 바나나를 자주 사주셨다. 그러나 나에게 돌아온 바나나는 거의 없었다. 바나나귀신, 남동생은 앉은자리에서 3~4개의 바나나를 먹어버리곤 했다. 지금도 남동생은 바나나를 잘 먹는다. 그땐 동생이 참 미웠다. 비싼 바나나를 혼자서 독차지하다니.
<출처 : tvN '응답하라 1988'>
내 어린 시절 80~90년대에는 수입 과일은 바나나, 오렌지, 파인애플? 한번은 제주도를 신혼여행 다녀왔다며 파인애플을 선물로 들고 오신 적이 있었다. 깨끗이 단물을 쭉쭉 빨아 먹느라 혀가 아린 줄도 몰랐다. 먹는 것에 비해 버리는 것이 더 많은 파인애플, 어릴 때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식칼로 파인애플 껍데기를 자르고 노란 속살을 손질하고 내 차례가 오길 기다린다. 방안 가득 파인애플 향이 가득하다.
오렌지도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 90년대 이민 가신 이모가 나름 미국에서 자리를 잡아 10년 만에 고국 땅을 다시 밟으셨을 때였다. 이모는 가족들에게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를 먹이고 싶으셨는지 트렁크에 오렌지를 가득 담아오시다가 세관에 걸려서 나오시지도 못하고 오랜 시간 검역을 거쳐 모두 폐기 후 한국 땅을 밟으실 수 있었다.
이렇게 수입 과일에 대한 추억이 선명한 것은 아마도 값이 비쌌고 귀하여 먹을 기회가 적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바나나가 수입자유화 품목에 포함된 1991년부터는 1990년 한해 거래량(5900t)을 3개월 만에 3배 이상 앞질렀고 물량이 많아진 바나나는 끝도 없는 ‘바겐세일’에 들어가 수입 과일 파동이 일어나고 말았다. 값싼 바나나를 먹게 된 우리는 더 이상 형제의 난이 없어져 좋았지만 그 당시에는 바나나 농부들의 삶도 생산지의 환경파괴도 생각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공정무역을 학습하고 난 후부터 나는 알게 되었다. 값싸고 편리한 것들 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출처 : 주간경향. “달콤한 바나나에 숨겨진 ‘노동자의 눈물’ 심혜리 경향신문 국제부 기자. 2011.07.12.>
값이 저렴한 수입 과일은 대부분 플랜테이션으로 재배가 되어 많은 농약과 비료, 물의 사용으로 생활용수의 부족은 물론 공기와 토양을 오염시켜 환경을 파괴한다. 그리고 과일의 값이 낮아진 만큼 농장 농부들의 임금도 낮아지고 환경도 열악해져 가난과 질병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 또 농장 전부터 살고 있던 동식물에는 서식지의 파괴로 멸종에 이르게 할 수 있다.
플랜테이션으로 재배된 바나나는 전염병에도 취약하다. 1903년 파나마에서 처음 발견되어 ‘파나마병’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바나나 전염병, 이 병은 처음 발생 후 수리남의 바나나 동장을 5년 만에 초토화하고, 북쪽으로는 코스타리카를 거쳐 과테말라까지, 남쪽으로는 콜롬비아와 에콰도르까지 퍼져나가 수십 년에 걸쳐 중남미 전역으로 확대되었고, 마침내 1960년대 단일품종으로 전 세계에 공급되었던 그로 미셸 바나나를 멸종시켰다.
파나마병은 바나나만 죽여 없애는 게 아니다. 바나나병이 퍼지자 바나나회사는 전염병이 퍼진 농장을 그대로 내버려 둔 채 새로운 농장을 찾아 나섰고 바나나 노동자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일자리에서 쫓겨났다. 지금도 바나나 노동자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게임을 통해 바나나 이익분배에 대해 고민해보다>
멸종된 그로미셀 바나나 이후 신품종 캐번디시 바나나가 탄생했지만 이 또한 ‘파나마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바나나를 다시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멸종위기로부터 바나나도 구하고 자연도 보호하며 생산자도 소비자도 행복한 방법은 없을까?
① 버려진 농장 살리기 – 병이 퍼지기 전에 버려진 농장을 바나나를 비롯하여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농장으로 만들어 병충해를 예방하고 자연 생태계를 살리자.
② 병충해에 강한 바나나 찾기 – 많은 야생 바나나 연구로 멸종위기에 빠진 바나나를 구해낼 방법 찾자.
③ 새로운 품종 개발과 내성 높이기 – 파나마병을 이겨낼 야생종과 변종 푸사륨 곰팡이에 대항할 수 있는 여러 곰팡이와 박테리아를 개발해 바나나에 투입함으로써 내성을 높이자.
④ 텃밭 바나나 – 파나마병의 해결이 가장 시급한 곳은 아프리카이다. 아프리카의 수백만 명에게는 바나나가 생존이 달린 중요한 식량이기 때문이다. 전쟁과 굶주림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원조도 필요하지만, 텃밭에 바나나 기르는 방법을 알려주어 생계를 해결하면서 스스로 살아갈 힘을 찾도록 지원하자.
⑤ 유기농 바나나 –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유기물(동물 배설물이나 부식물)’을 뿌려 땅을 기름지게 하는 유기농법 장려로 환경은 물론 농부와 소비자의 건강에도 도움을 주도록 하자.
⑥ 공정무역 바나나 – 바나나는 소비자가 구입한 가격의 12% 정도가 원산지에 돌아가는데, 바나나를 직접 재배한 농부에게는 1달러당 2센트밖에 돌아가지 않는다. 그러나 공정무역 바나나는 농부와 노동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장려하고 친환경농법을 지향한다.
⑦ 소비자의 적극적인 태도 – 공정무역 바나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소비자가 공정무역 바나나를 고집하고, 정부가 그것을 통제하면 바나나 회사는 받아드릴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변화에 따라 바나나 회사는 공정무역 또는 유기농 바나나, 아니면 덜 다를 재배하고 공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자. 공정무역 바나나 소비로 멸종위기의 바나나도 구하고 파나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프리카 사람도 기후위기에 놓인 이 지구도 살려보자.
< 출처: 아이쿱생협 온라인 홈페이지, 두레생협 온라인 홈페이지
아이쿱생협 공정무역 바나나와 두레생협 건 바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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